부산 시그니엘에서 확인한 영남권 AI 인프라의 현주소: 넷앱 “AI-READY 데이터 인프라” 세미나
영남권 기업들이 AI 도입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GPU가 아니라 그 GPU에 데이터를 밀어넣는 스토리지라는 사실이, 9월 16일 부산 시그니엘에서 열린 넷앱(NetApp) “AI 레디 데이터 인프라 전략” 세미나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는 영남 지역 고객사와 SK네트웍스서비스(SKNS), 에티버스(EBT), KCC 3개 총판사, 그리고 다수의 지역 파트너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0년 이상 인프라 설계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날 세 개 세션을 관통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 “AI는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 파이프라인 싸움”이라는 것이다.

세션 1: 왜 지금 블록 스토리지를 다시 봐야 하는가
첫 세션은 넷앱의 성능 특화 블록 스토리지 제품군인 E-시리즈와 EF-시리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발표를 맡은 넷앱 담당자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듣는 세 가지 고충을 짚었다. 장비 성능 병목이 곧바로 업무 응답 속도 저하와 ROI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 기존 시스템으로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고성능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통계는 제조업 현장의 AI 활용률이 이미 72%에 달한다는 수치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대기업의 시범 과제로 여겨지던 AI가, 지금은 검사 공정의 불량 판정이나 설비 이상 징후 탐지처럼 원가·품질에 직결되는 라인 단위 업무로 내려와 있다는 뜻이다.
이 세션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곱씹어볼 대목은 “AI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성과를 못 내는 원인의 상당수가 GPU가 아니라 스토리지의 데이터 공급 속도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값비싼 GPU를 도입해놓고도 정작 데이터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GPU가 놀고 있는 현장을 실제로 여러 차례 목격한 컨설턴트 입장에서, 이 지적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번에 새롭게 소개된 EF50·EF80 모델은 이전 세대 대비 약 2.5배 성능이 개선됐으며, 최대 초당 57기가바이트의 쓰기 성능과 와트당 최대 63.5기가바이트의 전력 효율을 제공한다고 넷앱 측은 밝혔다. 특히 EF80은 인피니밴드 200G, 이더넷, NVMe, FC를 모두 지원해 기존 네트워크 환경에 그대로 편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구축이 아니라 기존 인프라 고도화를 검토하는 영남권 제조업체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선택지로 보인다. 실제 고객 사례로 소개된 글로벌 지구과학 기업 CGG는 20년 넘게 이 시리즈를 도입·확장해오며 수백 페타바이트 규모로 운영 중이라고 하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 레드비 미디어는 연간 270만 시간 무중단으로 수백 개 채널을 동시 송출하는 데 이 시리즈와 파트너사의 병렬 파일시스템을 결합해 쓰고 있다고 소개됐다. 다만 이러한 구체적 수치는 넷앱 측이 발표 자리에서 제시한 것으로, 제3자의 독립적 검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확인되지 않음).
세션 2: “퍼블릭 AI냐 프라이빗 AI냐”라는 익숙하고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두 번째 세션은 AI 인프라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축·운영할 것인가를 다뤘다. 발표자가 청중에게 “업무에 민감한 데이터를 AI에 직접 업로드해서 쓰고 계신가”라고 물었을 때 손을 든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대목은, 이날 세미나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기업들은 이미 개인적으로는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지만, 정작 업무의 핵심 데이터는 외부 AI 서비스에 맡기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시장 흐름을 짚으며, 가트너 자료를 인용해 AI 시장의 중심이 소수 전문가가 대규모 GPU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트레이닝’ 중심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가져다 쓰는 ‘추론(인퍼런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추론 시장 규모가 지금의 거의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했다. 이는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을 자체 구축하기보다, 검증된 모델을 가져와 자사 데이터에 맞게 최적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소개된 ‘AI POD 미니’는 이 흐름에 대한 구체적 답이었다. 인텔 제온 6 기반 서버 3대, 넷앱 온탭(ONTAP) 기반 올플래시 스토리지, 그리고 인텔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AI 소프트웨어 스택(OPEA)을 결합한 구성으로, GPU 없이도 인텔의 AMX(행렬 연산 가속 모듈)를 활용해 중소 규모 추론 워크로드를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하나의 스크립트로 약 2시간 내 배포가 가능하다는 설명과, 동시 사용자 20~30명 규모부터 시작해 필요에 따라 GPU나 인텔 가우디를 탑재한 상위 모델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조는, “처음부터 완벽한 AI 팩토리를 짓지 말고 작게 시작해 검증하라”는 실무적 조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솔루션은 부산·경남 지역이 아닌 국내 파트너사(테라텍)의 데모 환경을 통해 실물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컨설턴트로서 이 세션에서 짚고 싶은 것은, 빅테크의 초거대 AI 팩토리 이야기와 실제 현장의 요구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자도 “수천, 수만 장의 GPU로 AI 팩토리를 짓는 빅테크 이야기보다, 현업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실용적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영남권처럼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지역 기업·기관에 더 현실적인 메시지로 다가온다.
세션 3: 보안 투자의 무게중심이 “차단”에서 “복구”로 옮겨가고 있다
세 번째 세션은 랜섬웨어와 향후 양자 컴퓨팅 위협에 대응하는 스토리지 단의 보안 전략을 다뤘다. 발표자가 제시한 통계는 현장의 체감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정 시점 기준 한 달간 전 세계 랜섬웨어 사고가 500건 이상 보고돼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고, 침투 경로의 48%는 시스템을 뚫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탈취된 VPN 계정으로 정상적인 척 걸어 들어온 경우였다. 복구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63%에 달했고, 복구에 성공한 기업조차 전체 데이터 중 평균 42%만 복구했으며, 몸값을 지불한 기업의 78%가 이후 다시 공격을 받았다는 수치는 무거웠다.
이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프레이밍은 “지난 몇 년간 보안 투자는 대부분 침입을 막는 데 집중돼 왔지만, 최근 사고는 침입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가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는 진단이었다. 발표자는 이를 전제로 네트워크·아이덴티티·애플리케이션 보안 같은 기존 계층 위에 스토리지 계층의 데이터 중심 보안을 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토리지가 유일하게 “데이터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탈취된 정상 계정으로 들어온 공격은 접근 통제로는 잡히지 않지만, 데이터를 읽고 쓰는 행위 패턴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소개된 기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AI 기반 실시간 랜섬웨어 탐지 기능으로, 파일 엔트로피 급증, 파일 헤더·확장자 불일치, 변경 속도·규모를 함께 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사람이 경보를 확인하기도 전에 스냅샷을 자동 생성한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하나는 격리된 복구 환경(클린룸)에서 감염되지 않은 최신 복구 시점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기능으로, 과거에는 “안전하지만 오래된 스냅샷”과 “최신이지만 감염 위험이 있는 스냅샷” 중 담당자가 감으로 하나를 택해야 했던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해소한다는 것이 넷앱 측 설명이다. 발표자는 이 기능들이 별도의 스토리지나 외부 솔루션 없이도 기존 온탭 OS 안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세션 후반부에는 양자 컴퓨팅 시대를 겨냥한 PQC(양자내성암호) 대응도 짧게 다뤄졌다. 오늘 암호화된 데이터를 공격자가 미리 훔쳐두었다가 양자 컴퓨터가 충분히 발전한 뒤 복호화하는 이른바 “지금 수집, 나중에 복호화(HNDL)” 공격 방식에 대비해, NIST의 PQC 표준(FIPS 203·204·205) 기반 기술을 이미 스토리지 계층에 준비해뒀다는 설명이었다. 10년 이상 가치가 유지되는 금융·의료·연구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이라면 지금부터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세션이 마무리됐다.
컨설턴트의 시각: 영남권 기업이 오늘 가져가야 할 세 가지
이날 세 세션을 관통해서 본다면, 영남권 IT인프라 담당자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GPU 조달 계획을 세우기 전에 스토리지 처리량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GPU를 확보해도 데이터 공급이 병목이면 투자 대비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날 세미나 전체를 관통한 공통 메시지였다.
둘째, AI 도입은 “전사 규모의 AI 팩토리”가 아니라 “작게 시작해서 검증하는 구조”로 접근하는 것이 지역 기업에 더 현실적이다. AI POD 미니 같은 엔트리 레벨 솔루션이 2시간 내 배포, 필요 시 확장이라는 구조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랜섬웨어 대응 예산을 짤 때 “막는 것”에만 쏠려 있지 않은지 재점검해야 한다. 침입 자체를 100% 막을 수 없다는 전제 위에서, 감염 이후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는지가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가른다는 것이 이날 반복적으로 강조된 지점이다.
참고: 이 기사는 2026년 9월 16일 부산 시그니엘에서 열린 넷앱 “AI 레디 데이터 인프라 전략” 세미나의 발표 내용을 근거로 작성됐다. 통계 및 제품 사양은 넷앱 및 발표자가 세미나 현장에서 제시한 자료에 기반하며, 별도 명시가 없는 한 제3자 독립 검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