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브리핑 #2] 설계는 랙 단위로, 허가는 동네 단위로
대상 기간: 2026년 10월 6일 ~ 10월 12일 · 읽는 시간: 약 6분
지난주 소식을 겹쳐 보면 두 개의 움직임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설계의 단위는 ‘건물’에서 ‘랙’으로 내려가고,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되는지 결정하는 단위는 ‘정부’에서 ‘동네’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사는 랙 하나에 최대 400kW를 넣는 설계를 내놓았고, 서버 업체는 CPU 서버에도 수랭을 기본으로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주에 미국에서는 주민 반대로 취소된 데이터센터 투자가 올해만 2,600억 달러를 넘었다는 집계가 나왔습니다. 기술은 더 촘촘해지는데, 그 기술을 앉힐 땅은 점점 얻기 어려워지는 셈입니다. 이번 주 브리핑은 이 흐름을 다섯 가지 소식으로 정리했습니다.
1. 미국, 주민 반대로 취소된 데이터센터 투자 올해 2,600억 달러 돌파
전력과 부지 다음의 병목은 ‘지역사회의 동의’입니다. 미국 에너지 전문 매체 Heatmap이 10월 6일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역 반대 끝에 취소된 데이터센터 투자는 최소 2,6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1,300억 달러가 7~9월 한 분기에 몰렸고, 이 3분기 취소액만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취소된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Heatmap은 지역 반대에 부딪힌 프로젝트 가운데 약 절반이 결국 취소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어떤 형태로든 지역 반대에 직면한 투자는 약 1조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취소의 주된 원인은 기술이나 자금이 아니라 지방정부 인허가 단계에서의 거부였습니다. 투자 규모를 공개하는 프로젝트가 약 60%에 불과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빅테크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AWS는 10월 2일 앞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지방정부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지 않겠다고 밝히고, 5년간 10억 달러 이상을 입지 지역에 투자하는 ‘Built Together’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은 이미 체결된 NDA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데이터센터는 올해 3월 주민설명회에 약 700명이 몰린 뒤 공사가 중지됐고, 김포 구래동 사례는 착공신고 반려와 행정심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케이션이나 신축 데이터센터를 검토한다면 사업자의 인허가 진행 단계와 주민협의 이력, 특고압 선로 인입 경로가 확정되었는지를 견적보다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기: [숫자로 보는 인프라 #2] 2,600억 달러: 올해 미국에서 ‘주민 반대’로 취소된 데이터센터 투자
출처: Heatmap News, Exclusive: Data Center Cancellations Top $260 Billion in 2026 (2026.10.06) · MyNorthwest(AP), Amazon to invest $1B into data center communities (2026.10.02) · 세계일보, 독산동 데이터센터 주민 반발 (2026.03)
2. AWS, 옛 석탄발전소 자리에 데이터센터 36개 동 — ‘발전소 옆’ 모델의 확장
AWS가 펜실베이니아주 홈어시티(Homer City) 에너지 캠퍼스에 데이터센터 36개 동을 짓는 예비 개발계획을 제출했습니다. 지난주 브리핑에서 다룬 일본 JERA의 발전소 부지 데이터센터와 같은 방향으로, ‘전기가 있는 곳에 데이터센터를 붙이는’ 모델이 하이퍼스케일러의 표준 선택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DCD 보도에 따르면 캠퍼스는 약 1,100에이커 부지에 2층 건물 36개 동으로 구성되며, 동당 바닥면적은 약 2만 900㎡입니다. 전력은 옛 석탄발전소 자리에 건설 중인 4.5GW 가스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이 중 1GW 이상은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공사는 2026년 12월 시작해 네 단계로 진행되며 완공 목표는 2036년 6월입니다. AWS는 지역 영향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이익 협약(Community Benefits Agreement)’도 맺겠다고 밝혔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설계 문서에 지역사회 협약이 처음부터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1번 소식과 겹쳐 보면, 이제 대형 데이터센터 계획서에는 전력원과 함께 ‘지역에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가 같은 무게로 적히고 있습니다.
출처: DCD, AWS plans 36-building data center campus in Indiana County, Pennsylvania (2026.10.06) · 함께 읽기: [주간 브리핑 #1] 일본, 발전소 부지에 AI 데이터센터를 붙인다
3. KT클라우드 청라 50MW — ‘AI존’과 ‘클라우드존’을 한 건물에
KT클라우드가 인천 청라에 들어서는 수전용량 50MW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설계·시공·운영(DBO)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10월 7일 밝혔습니다. 국내 대형 사업자가 GPU 전용 공간과 일반 클라우드 공간을 한 건물 안에서 처음부터 나눠 설계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센터는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로, 2026년 4분기 착공해 2030년 1분기 준공할 예정입니다. 고밀도 GPU 서버를 위한 ‘AI존’에는 칩에 냉각판을 직접 붙이는 D2C(Direct-to-Chip) 액체냉각을 적용하고, ‘클라우드존’은 별도 구역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데이터홀 구조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며, KT클라우드는 자체 데이터센터 통합관리 솔루션(DIMS)을 적용합니다. KT클라우드는 2031년까지 AI 데이터센터 공급 역량 1GW를 확보한다는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실무에서 읽어야 할 숫자는 착공부터 준공까지의 약 3년 3개월입니다. 지금 계약을 검토하는 신규 수도권 AIDC 공간은 빨라야 2030년에 입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한 건물에서 GPU와 일반 워크로드를 함께 운영하려는 기업에게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설비 이원화 부담을 줄이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머니투데이방송, KT클라우드, 50MW 청라 AI데이터센터 구축…2030년 1분기 준공 (2026.10.07) · DCD, KT Cloud plans 50MW data center project in Incheon (2026.10.08)
4. 아리스타, 랙 하나에 최대 400kW — 네트워크가 ‘랙의 등뼈’가 된다
아리스타 네트웍스가 10월 7일 이더넷 기반의 랙 스케일 AI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발표하면서, 단일 랙에서 100~400kW 액체냉각을 지원하는 설계를 공개했습니다. 지난주 「숫자로 보는 인프라 #1」에서 다룬 120kW GPU 랙이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새 아키텍처 ‘Etherlink SU-144’는 가속기(XPU) 144개를 한 번의 스위치 경유(single-hop)로 묶고, 여러 랙을 연결하면 1,024개까지 확장합니다. 랙 설계에는 수랭 스위치(7060XE7, 스위치당 102.4Tbps), 냉각수 매니폴드, 누수 감지 기능이 있는 드립 트레이, 배터리 백업 장치가 포함됩니다. 아리스타는 차세대 광모듈(CPO/NPO 등)을 쓰면 랙당 네트워크 용량이 1.6Pb/s에서 6.5Pb/s로 늘어 전체 데이터센터 면적을 약 5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수치는 제조사 발표 기준이며 실측 사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확인되지 않음). AMD, Arm, 브로드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이 설계에 참여했습니다.
이 소식이 기업 전산실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제 네트워크 장비도 냉각수 배관과 누수 감지를 전제로 설계됩니다. 차세대 AI 클러스터를 계획한다면 네트워크 담당과 설비 담당이 같은 회의에서 배관 경로와 랙 하중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출처: Arista Networks, Arista Announces Rack-Scale Architectures for Scale-Up and Scale-Out AI Fabrics (2026.10.07) · 함께 읽기: [숫자로 보는 인프라 #1] 랙 하나에 120kW
5. HPE·Dell, CPU 서버와 스토리지도 ‘AI 에이전트 시대’ 기준으로 다시 짠다
GPU가 아닌 CPU 서버와 스토리지에서도 같은 주에 의미 있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핵심은 CPU 서버에도 수랭이 들어오고, 스토리지는 ‘여러 조직이 나눠 쓰는 AI 플랫폼’을 전제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HPE는 10월 7일 6세대 AMD EPYC 프로세서를 탑재한 ProLiant Gen13 서버 4종을 발표했습니다. 1U 1소켓 서버 DL525는 최대 256코어를 지원하고, DL585a는 더블폭 GPU 8장과 PCIe Gen6를 수용합니다. OCP 규격의 XD245는 1OU 높이에 4노드를 넣은 직접 액체냉각(DLC) 설계입니다. DL525는 올해 말, 나머지는 2027년 출시 예정입니다.
Dell은 10월 6일 AI 데이터 플랫폼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 PowerScale 클러스터 하나를 최대 500개 테넌트로 격리해 쓸 수 있게 하고, NFS 통신에 상호 인증 암호화(mTLS)를 적용합니다(2026년 11월 출시 예정). 기업 데이터에 의미 정보를 붙여 AI 에이전트가 활용하도록 하는 시맨틱 계층은 2027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버 교체를 앞둔 조직이라면 소켓과 서버 대수를 줄이는 통합 효과와 함께 코어 기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을 반드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1소켓 256코어 서버는 하드웨어 대수는 줄여 주지만, 코어 단위로 과금되는 가상화·데이터베이스 라이선스는 오히려 늘릴 수 있습니다. 여러 부서가 하나의 AI 플랫폼을 공유하려는 조직이라면 스토리지 단계의 테넌트 분리와 암호화 지원 여부를 평가 항목에 넣을 시점입니다.
출처: HPE, HPE accelerates enterprise AI innovation with next-generation AMD CPU-powered servers (2026.10.07) · Dell Technologies, Dell Technologies Turns Enterprise Data Into Trusted Context for AI Agents (2026.10.06)
짧게 보는 소식
- 디지털리얼티, 오사카 KIX15 착공(10.9): 오사카 KIX 캠퍼스의 다섯 번째 건물로 24MW 규모입니다. 완공되면 MC Digital Realty의 일본 포트폴리오는 10개 센터, 약 220MW가 됩니다. — DCD
- 엔비디아 투자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Firmus, IPO 철회(10.9): 호주 최대급 IPO로 꼽혔던 상장 계획을 거둬들이면서, AI 데이터센터 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가 깐깐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 Bloomberg
- OCP Global Summit 개막(10.12~15, 새너제이): 올해 행사는 사전 매진됐으며, 800V DC 직류 배전과 1MW급 랙, 액체냉각이 핵심 트랙입니다. 내년부터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로 장소를 옮깁니다. 주요 발표는 다음 호에서 정리합니다. — OCP
편집인의 한 줄
랙 하나에 400kW를 받아낼 설계는 돈과 기술로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기를 끌어올 선로가 지나가는 동네의 동의는 공정표에 날짜로 적기 어렵습니다. 내년 인프라 계획서에 “인허가·주민협의 리스크와 그 대안” 한 줄을 추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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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SQUARE 주간 브리핑은 매주 월요일 지난 한 주의 AIDC·IT 인프라 소식을 정리해 드립니다. 새 호를 메일로 받아 보시려면 구독하기를 눌러 주세요.
편집인은 IT 인프라 기업 아이웍스에 재직 중이며, 이 글에서 다룬 일부 벤더와 사업 관계가 있습니다. 편집 원칙과 이해관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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